A.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법률상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입니다. 따라서 어떤 부동산에 이미 저당권과 같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그 부동산에 관하여 유치권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은 경매절차에서 지상권·지역권·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저당권 설정 후에 성립한 것은 매각으로 소멸 된다고 규정합니다(제91조 제3항). 그러면서도 유독 유치권에 관해서는 저당권 설정과의 선후에 대한 언급 없이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제91조 제5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권자는 저당권 설정 후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이라는 민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여 공평의 원칙상 그 피담보채권의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려는 것입니다.
즉, 유치권자가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그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증가시켰을 경우, 그 증가 된 가치는 선순위 채권자가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유치권자에게 우선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더라도 선순위 저당권자가 불측의 피해를 본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당권 설정과의 선후에 관계없이 유치권을 인정하는 법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하여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그 부동산에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유치권자에게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한 유치권의 행사를 허용하면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절차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됩니다.
따라서 경매 목적 부동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환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에게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까지 압류채권자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희생 하에 유치권자만을 우선 보호하는 것은 집행절차의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09다60336 전원합의체 판결 참고)
결국, 경매개시 결정등기 후에 성립한 유치권은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 제83조 제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점유자로서는 그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저당권은 그 설정만으로 처분금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근저당권설정 후에 성립한 유치권으로는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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