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다음달 중순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계파 대결’에 돌입했다. 원내지도부 선출은 내년 2월 말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의 전초전인 만큼 표심 구애를 위한 당내 정치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다만 비상대책위원회의 리더십 약화 국면과 맞물려 당 주도권을 노린 계파 대결이 갈등 재현 조짐으로 번지자 당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박(비박근혜)계에서는 강석호·김영우·김학용·홍문표 의원, 친박·잔류파는 심재철·유기준·나경원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비박계에서는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내비친 강석호·김학용 의원 간 단일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최근 비박계 내 추가 후보가 잇따라 거론되면서 계파 내 단일화 논의에 차질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들 간 교통정리에는 비박계의 맏형인 김무성 의원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및 잔류파에서는 유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 의원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나 의원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는 않지만 최근 친박 및 탄핵 국면에서 당에 잔류한 의원을 중심으로 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깨야 한다는 필요성과 4선의 무게감, 대중적 인지도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는 발언으로 친박·잔류파의 마음을 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유 의원이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의 연결고리를 앞세우며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어 이들 진영의 내부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비 주자들은 본격적인 표 다지기에 나섰다. 주요 현안에 대한 토론회와 입장문 발표로 전문성 과시에 나서고 다른 의원 주최 행사에 참석해 얼굴도장을 찍는 식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은 어떤 후보가 어느 상임위·지역 의원들과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가 매일 돌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경쟁이 ‘당권 대리전’으로 흘러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가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며 비박계 복당파를 정면 겨냥한 가운데 복당파 주축인 김무성 의원이 “탄핵 때문에 모든 게 이렇게 됐다는 프레임을 갖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받아치는 등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표출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반문(반문재인) 연대’로 보수 진영의 의기투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수년간 쌓인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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