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호황이 기대되는 국내 산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마저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후퇴하는 산업군으로 분류돼 걱정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나 철강 등 기존 제조업의 절박한 상황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연구원은 세계 경제 위축과 보호무역 강화로 글로벌 수요둔화의 한파가 휘몰아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성장률은 유럽 재정위기가 닥쳤던 2012년의 2.3% 수준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과거 우리 경제는 잘 나가던 산업이 어려워지면 새로운 업종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넘기곤 했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이 그랬고 이후에는 휴대폰과 반도체가 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만한 후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변변한 산업정책조차 내놓지 못한 채 미봉책에 머물러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오죽하면 민간기업들이 7대 주력산업협의체를 만들어 산업위기를 점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겠는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얼마 전 “우리의 양적 성장이 한계를 드러냈다”며 “혁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정부에 당부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산업현장에서는 한국호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며 주력산업 침체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 모두 위기의식을 갖고 경쟁력을 되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언제까지 중국의 ‘제조 2025’ 같은 산업발전 전략을 부러워만 해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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