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청이 1,200억원이 투입되는 오피스텔 인·허가를 내주고도 인천시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분양신고서를 보류해 ‘갑질 행정’ 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인천시 중구 선린동 56-1번지 일대 4,668㎡에 오피스텔 2 개동(26층·29층 899실) 신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일 착공 신고와 함께 분양신고서를 중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구청은 오피스텔 신축 부지가 과거 러시아 영사관 자리 옆에 있는 개항장 문화지구 내에 포함됨에 따라 인천시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며 오는 30일까지 분양신고서를 보류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이미 행정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 사업이 지난달 24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구 선린동 일대 오피스텔을 짓는 것은 이 일대가 러시아 영사관이 있던 부지와 가까워 문화적 보존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중구청이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인천 중구 개항장에 들어서는 29층 오피스텔건의 사업심의와 허가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내항 주변에 역사·문화·관광이 접목된 해양친수공간을 구상하고 있는 민선 7기로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초고층 오피스텔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담긴 건축물이 들어서는 방향으로 잘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특히 박 시장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허종식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오피스텔 부지 소유자인 시행사와 협의해 이 부지를 시에서 매입하거나 다른 부지와 대토해 주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시행사 측은 주장하고 있다. 허 부시장은 지난 15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한 후 1주일이 다되도록 어떤 협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행사 관계자는 “인·허가 사항이 정식으로 이뤄진 상태에서 분양 신고를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신고를 보류하는 것은 갑질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청의 주장대로 문화적 가치가 있다면 사업이 추진되기 이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인·허가를 내줘야지 시장 말 한마디에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비난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이 사업 부지를 취득할 당시 사전에 토지주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으며 순수 사업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이 사업에 대해 인·허가상 특별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