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결정을 21일 공식 발표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전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관계부처 간 조율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날 발표 내용에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 방침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이ㅡ거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이듬해 7월 출범했다. 재단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시행해 왔고, 지금까지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치유금으로 총 44억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함으로써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한 것과 더불어 재단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작년 말까지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은 사실상 식물단체가 된 상황이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0일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응과 화해·치유재단 처리 문제는 별개 사안으로 평가·처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강제징용 판결은 사법부의 판단, 결정에 따라 나온 것이고 화해·치유 재단 문제는 그와는 별개 차원의 문제”라며 “양자를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정부 입장 정리 일정과 관계없이 화해·치유 재단 해산 방침을 발표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화해·치유 재단 해산 결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이 결정이 위안부 합의 파기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매체 교도통신은 지난 20일 일본정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이 위안부 합의파기에 해당한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재단 해산에도 불구하고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해산 결정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에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해 나가는 것이 외교 전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재단 해산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합의는 파기된 것이 아니라고 밝힌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먼저 합의 파기를 선언할 경우 재협상 등의 요구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