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 명칭이 시사하듯 선진국클럽처럼 세계 경제의 성장과 개발을 선도하는 국제기구다. 자유무역과 개발협력을 통해 회원국들이 지속적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국제표준과 모범정책을 활발히 개발해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6년에 가입했는데 OECD는 최근 경제이슈를 넘어 다양한 사회이슈와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관심영역을 확대해가며 다양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2009년 이후 회원국들의 핵심적인 공공서비스 성과를 비교 분석한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보고서를 2년마다 발간해오고 있다. 이 보고서의 최신판은 2017년 말에 발간됐는데 그 책의 6장 인적자원관리(HRM) 편에서 한국 정부의 인사관리는 인사데이터의 수집과 가용성에서 1위, 성과평가에서 4위, 고위공무원단 운영에서 9위 등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보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의 37개 회원국 전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표준화된 인사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여성·지역 등 공직 내 소수집단 통계를 수집해 균형인사정책에 활용하는 OECD 국가가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인사데이터 관리를 높이 평가했다. 공무원 성과평가 정보의 인사활용 측면에서는 4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1년 10위에서 한층 높아진 결과다. 또한 고위공무원단의 차별적·체계적 관리 수준 부문에 있어서는 9위를 차지했는데 우리가 이 제도를 도입한 지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좋은 성적이다.
실제 OECD에서는 우리 고위공무원단 제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OECD의 고위직 리더십 프로젝트 사례연구단이 방한해 고위공무원 역량평가 시설을 방문하고 평가자와 피평가자,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고 돌아갔다. 사례연구단은 한국이 범정부적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모델을 개발해 그 수준을 구조화된 면접을 통해 측정하며 10여년 넘게 잘 운영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면담결과는 OECD 각국의 고위직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동향을 종합한 보고서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내용이 벌써 기대된다.
또한 최근 공무원의 리더십과 역량에 관한 정책권고문이 개발돼 11월12일 OECD 본부에서 개최된 공공행정위원회(PGC)에서 논의됐는데 그 정책권고문의 내용에 균형인사, 배경 블라인드 채용 등 우리 정부가 제안한 여러 의견이 반영되기도 했다.
OECD의 이러한 연구들은 회원국들의 정부 생산성과 신뢰 회복,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추진되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인사 경험과 사례가 OECD 각국의 정부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인사관리 등 행정사례는 OECD의 지표에 비춰 객관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으며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고 동시에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귀한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과학적 인사, 차별 없는 포용적 인사 등 여러 가치가 균형 잡힌 새로운 모델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우리가 선진국들을 추격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선도자(first mover)로서 우리가 달성한 성과와 사례를 다른 나라들에 당당히 알리고 공유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계기를 우리 인사시스템을 더욱 성숙시키고 혁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 결실은 대한민국의 100만 공직자와 5,000만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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