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조선업을 포함한 전 업종 특성을 고려한 주 52시간 근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정부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제 등 일부 유연근로제 개선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최근 노선버스 등 몇몇 업종이 주 52시간제 적용을 면하도록 특례업종 확대 요구를 검토 중이나 정부는 국회에서 특례업종을 5개로 대폭 축소한 지 몇 개월도 안 돼 재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달 말까지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약 2,5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탄력근로제 운용 실태를 조사한 뒤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조사 결과를 기초로 노사정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 논의에 발맞춰 정부 측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탄력근로 확대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는 일감이 몰리는 때에 맞춰 기업들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의 일종이다. 현행법상 최대 3개월까지 단위 기간을 정해 근로시간을 조정하되 1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러도 다음달에야 탄력근로제 논의 기구가 정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이 주문했던 연내 개선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탄력근로제의 업종별 분리도 거론하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게 고용부의 의견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지금 정부 입장을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수많은 업종별로 탄력근로제 규정을 나눠 법률에 명시할 수는 없고 전면적 개선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용부는 정보기술(IT) 업계가 요청한 또 다른 유연근무제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1일 8시간, 평일 5일 기준)이 아닌 월 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경영계에선 최근 주 52시간제 특례업종을 다시 확대해달라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는 올해 2월 주 52시간제 관련 근로기준법 조항을 개정하면서 노선버스·언론 등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을 21개에서 5개로 대폭 줄였다. 경영계는 “상당수 특례업종은 충분한 검토 없이 폐지됐다”며 재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 건의를 검토하는 추가 특례업종은 △노선버스 등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연구개발업, 건축 기술, 엔지니어링 및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았고 특례업종의 폐지는 내후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아직 시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규정에 대해 벌써부터 재개정을 논의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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