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가 22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보수 허위기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닛산 재건의 신화’로 불렸던 곤 회장의 19년 경영체제도 막을 내렸다. 닛산은 곤 회장 해임을 시작으로 르노에 불평등한 지분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기둥이 사라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영권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 이사회는 이날 오후 곤 회장과 그레그 켈리 대표의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후임 회장은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닛산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도 개최해 곤 회장과 켈리 대표의 이사직도 해임할 계획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또 다른 축인 미쓰비시자동차도 26일 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 해임안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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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회장의 퇴출로 연합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닛산과 르노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르노의 닛산 합병에 대한 일본 경영진의 견제가 이번 곤 회장 체포의 유력한 배경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닛산은 불평등한 지분구조를 비롯해 양사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르노 측에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르노에 대한 닛산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 ‘불공평’하다는 것이 닛산 측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닛산은 곤 회장 해임을 르노와의 동맹 재조정 기회로 삼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르노 측이 양사 간 자본관계 재검토를 받아들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전날 르노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르노 최고경영자(CEO)·회장직에서 곤을 해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이는 르노를 통해 닛산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프랑스 측이 지분율 조정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닛산은 곤 회장 체포 이후에도 추가 비리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며 파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곤 회장이 자신의 급여 허위기재를 켈리 대표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요미우리신문은 곤 회장이 지난 2002년부터 자신의 누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자문 역할에 대한 보수로 연간 약 10만달러를 지불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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