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전지방검찰청 3층 특허기술변론실. D사 대표는 검사와 수사자문관에게 제품 모형을 보여주며 E씨가 자사 기술을 빼돌려 비슷한 제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피의자 E씨는 자신의 제품이 D사 제품과 여러모로 다르다며 기술유출이나 특허침해와 무관하다고 맞섰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검찰은 E씨를 특허침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변론절차를 단 1회로 줄인 ‘패스트트랙’으로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했다.
기업이 기술유출 사실을 확인하고 상대방을 고소하면 수사와 변론절차를 거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 기업은 유사 제품이 출시되거나 납품이 끊겨 경영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 고충에 귀 기울인 검찰은 2월 대전지방검찰청에 특허범죄조사부를 신설했다. 이성희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수사 지연으로 기업의 핵심기술이 경제적 가치를 잃고 특허 등 권리를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특허범죄조사부 변론절차의 특징은 원스톱이다. 사건 관계인의 기술 시연·설명과 기술적 쟁점에 대한 검사 신문, 수사자문관의 자문, 검증, 피의자 신문, 대질 조사 등 모든 수사과정을 한 기일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원스톱 변론절차를 진행하려면 검사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현재 특허범죄조사부에는 변리사와 이공계 전공 이력을 가진 전문검사 4명과 특허청에서 파견 나온 수사자문관 4명이 배치돼 있다. 또 블록체인·반도체·바이오 등 19개 분야, 29명의 외부 자문위원도 검찰의 신속한 판단에 도움을 준다. 강지성 특허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기술유출 수사도 초기 증거수집과 신병 확보가 중요한데 기술적 공방에 치우치면 사건 처리가 어려워진다”며 “검사가 직접 현장(공장)을 찾아 기술유출 정황과 기술적 쟁점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대전지검은 타 검찰청에서 이송된 사건도 담당한다. 수사 인원이 제한돼 있다 보니 모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체가 밀집한 주요 지역 검찰청에 특허범죄조사부를 추가로 신설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검사의 전문성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김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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