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인원이 10분의 1로 줄어든 수석교사제를 살리기 위해 오히려 수석교사 별도 정원을 만들고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전문가’ 역할을 부여 받았지만 실제 학교에서 구체적인 역할과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 비인기 직급으로 전락했다는 취지다.
한국중등수석교사회와 한국유초등수석교사회는 23일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 잡고 ‘수석교사제도 이제 시작이다’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수석교사제는 수업능력이 뛰어난 15년차 이상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양성할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수업 부담이 동료교사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선발인원이 10분의 1 규모로 줄었다.
일선 학교현장에서 수석교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과 비용 부담 문제다. 신현철 한국교총 정책교섭국장은 “별도 정원을 두지 않고 수석교사를 채용하면 남은 시수를 채울 사람이 필요한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1곳은 시간 강사를 쓰고 있다”며 “강사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하고 수업 외 업무도 시킬 수가 없어서 학교와 동료교사 모두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수석교사의 경우 시수가 줄어들고 연구활동이 느는데 그만큼의 업무를 다른 교사가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수석교사 선발권을 가진 시도교육청은 지난 2012년 1,122명을 선발했지만 5년이 지난 2017년에는 44명만 선발했다.
수석교사의 정체성이 모호해 현장에서 관리직과 갈등을 빚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법상 수석교사는 학교 내 부장교사 직급과 달리 교육부 장관이 직접 임용하는 자리지만 각 시도교육청 운영지침상으로는 학교장이 역할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법적 지위와 행정적 지위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현종 마산중앙고 수석교사는 “각 학교 교장 태도에 따라 수석교사의 역할과 위치가 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학교장 결정에 따르게 하지 말고 교육부에서 구체적으로 수석교사회와 협의해 시행령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석교사의 역할을 중앙정부에서 지나치게 자세히 규정할 경우 전문가로서의 자율성과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발제를 맡은 전수빈 동국대 교원정책연구소 박사는 “법령 및 제도취지와 달리 학교 현장에서 수석교사의 역할에 불신이 있는 것인 사실”이라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인 국가 차원의 업무 매뉴얼을 만든다면 ‘교육전문가’라는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고 학교단위별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 박사는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을 만드는 대신 △수석교사 우수사례 발굴 및 홍보 △일선 학교 수석교사 지원실 마련 △수업컨설턴트에 특화된 수석교사 양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는 수석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인정 받으려면 스스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융합교육연구소장은 “수석교사들도 장학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평교사가 있는 만큼 수업 장학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학생인성지도와 위기 학생 상담 등 고유 역할을 융통성 있게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수석교사제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수석교사가 단순한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현장 정착까지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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