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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 매파 엇갈린 운명...라이트하이저 '건재'·로스 '위기'·나바로 '소외'

대중 강경파 나바로, 미·중 정상회담서 배제될 듯

협상 앞두고 거침없는 막말이 발목 잡은 듯

'킬러 협상가' 로스도 경질설 나오면서 위태

라이트하이저는 대외 활동 삼가며 업무 매진

레이건 행정부 당시 일본과 무역협상서 결정적 역할

정상회담서 진전 기미 보인다면 전면에 나설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을 책임져 온 매파 3인방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71)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존재감을 키우는 반면 피터 나바로(69)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의 입지는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공개석상에서 ‘막말’을 서슴지 않는 나바로 국장을 무역 협상에서 배제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9개월 간 상무장관 직을 수행 중인 윌버 로스(80)도 경질설에 시달리며 위기에 직면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AFP연합뉴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중 강경파인 나바로 국장이 다음 달 1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배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따로 만나 무역전 협상에 나선다. 중국이 미국에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다음달 협상 타결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나바로 국장이 배제되면서 무역 협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CMP는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 최대 6명의 참모가 참석한다고 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스 장관, 라이트하이저 대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할 전망이다. 중국에서는 류허 부총리, 딩쉐샹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 등이 배석자로 거론된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과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론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나바로 국장의 공저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Death by China)’을 검색한 것을 인연으로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나바로 국장의 입지가 위축된 것은 ‘물불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발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상황에서 막말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미국이 무역전쟁을 개시한 후 후속 관세 부과 조치가 이뤄진 9월 18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20회, 무역과 관련해 42회, 관세와 관련해 21회의 트윗을 올리며 맹렬한 공격에 나섰으나 9월 18일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관련된 트윗은 5회, 관세와 관련된 트윗은 2회로 줄었다.

나바로 국장은 이달 9일 월가 은행가와 헤지펀드 매니저를 “무보수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라고 부르며 “이런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의 임무는 대통령을 압박해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커들로 위원장은 그의 발언을 “완전히 틀렸다”고 비난하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커들로 위원장은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대통령에 폐를 끼쳤다. 피터(나바로)는 완전히 잘못 말했다”면서 “그는 대통령이나 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달 28일 81번째 생일을 맞는 로스 장관은 경질론에 시달리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에 밀려 장관직을 잃을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CNBC는 지난 9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인물들에게 로스 장관을 연말까지 교체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BC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과 레이 워시번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대표 등을 로스 장관의 후임으로 눈독 들이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앞서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백악관에서 열린 수차례 회의에서 로스 장관을 향해 “무역협상이 끔찍하고 좋지 않다. 무역에 대한 이해가 엉망이다”라고 공개 면박을 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로스 장관이 무역 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만큼 그가 몇 달 안에 영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킬러(killer) 협상가’로 불리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는 지난 15일 오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추가 논의를 위한 틀(Framework)에 합의할 것이며 내년 1월까지 공식적인 협상의 전면 타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블룸버그


나바로 국장이 소외되는 사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존재감을 더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공개 석상에서 발언을 삼가고 대외 활동을 자제하면서 무역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일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가공할만한 실력을 갖춘 협상가”로 묘사하면서 “그는 미·중 무역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수께끼와 같고 필수적인 미국 측 고위관리”라고 평가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의 어떤 관리들보다 무역법과 무역정책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3년 무역대표부에 부대표로 들어와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5년부터 2017년까지 30여 년간 미국의 거대 법무법인인 스캐든 압스에서 일하면서 미국 회사들이 외국의 라이벌 회사들과 법적인 다툼을 하는 것을 도우며 실무 능력을 키웠다. 이러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무역대표부 대표로 발탁됐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그동안 미·중 무역 협상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경우 본격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 철강노동자연맹의 레오 게라드 국제담당 회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정보가 많고 집요하다”면서 “그가 협상에 개입하면 그는 매우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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