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노동존중’의 함정에 빠졌다. 현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의 최선봉에 선 최저임금은 과속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경영난으로 몰아넣었다.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결국 취약계층의 임금을 가장 먼저 떨어뜨려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주52시간 근로시간 정책도 업종별 충격 등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무제 확대마저 노동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존중 정책이 오히려 경제와 서민을 옥죄는 ‘착한 정책의 역설’로 귀결되면서 노동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 적용을 동결 또는 유예하고 내후년 최저임금 역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취업포털 커리어에 의뢰해 연도별 중소기업 채용공고를 집계한 결과 올해는 이달 중순까지 8,321건으로 지난해(3만439건)보다 70%나 급감했다. 중소기업 채용공고는 지난 2014년 6만7,372건이었지만 해마다 점진적으로 줄어들다 올해 감소폭을 확 키웠다. 지난해와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구인회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한국인보다 싸게 고용하던 외국인 근로자마저 줄이는 처지가 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비숙련 외국 인력 비자(E-9, 매년 약 3만명 한도) 신청률은 지난해 229.3%에서 올해 140.2%로 89.1%포인트나 줄었다.
경영계와 야권은 최저임금 동결을 포함해 도입한 지 30년 된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 대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외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24일 직능단체회장단 정책간담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정 어려우면 인상액 적용을 반년이라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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