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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실패 판명...정책 전환 더 늦으면 고용참사 회복 불능

[노동정책, 첫단추부터 다시 끼워라]

<상>'최저임금 과속' 경고등-힘받는 동결론

1988년 도입이래 한번도 동결없어..외환위기때도 인상

부작용 없다지만 "10% 올리면 고용 5%P 감소" 연구도

주휴수당·차등적용 등 해묵은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꽃과 향수·방향제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 A씨는 요즘 3호 매장을 준비 중이다. 그는 매장을 새로 내면서 판매직원도 더 뽑을 예정이었지만 인건비가 부담돼 계획을 접었다. A씨는 “직원 한 명당 월 인건비가 200만원 이상 나가는데 최저임금이 내년에 또 10.9% 올라 더 이상은 채용이 어렵다”며 “대신 가족들이 평일 포장·배송 등 업무에 일손을 보태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으로 신규 고용을 접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시간당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7,530원으로 16.4% 급등했다. 내년에는 10.9%나 오른다. 경영계와 야권은 당장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적어도 인상분 적용을 반년이라도 늦추자고 외친다. 오는 2020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률을 3%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현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다양한 경제지표를 통해 이미 실패로 귀결된 이상 서둘러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최악의 ‘고용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경영계의 발등의 불은 인상률이다. 국내 최저임금은 31년간 단 한 차례의 동결도 없었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은 1그룹 시급 462원50전, 2그룹 487원50전으로 처음 도입됐다. 1999년 IMF 외환위기 때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7% 오른 1,525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내세운 현 정부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은 증명된 바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취업포털 커리어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올 들어 11월 중순까지 이 업체에 올라온 중소기업의 채용공고 수는 8,321건으로 지난해(약 3만건)의 3분의1 이하로 떨어졌다. 채용공고 수는 연말까지 따져도 9,000건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경제성장률은 매년 2% 후반~3% 초반에 머물렀는데 최저임금은 2015년 5,580원에서 내년에 약 50% 늘어난 8,350원이 된다”며 “이번 정권이 임기 내에 최저임금 인상을 너무 서두르면 의도와 달리 결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최저임금 인상률이 10%에 이르면 비숙련 근로자와 청소년 고용률을 0.6~5%포인트가량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대거 나왔다. 2011년 애닌디아 센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등의 연구에서는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때 청소년 고용률이 3~5%포인트 감소하는 효과를 발견했다. 토니 팽 스톡홀름대 교수 역시 2013년 중국 노동시장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중국 동부·중부에서 여성·비숙련·청소년 근로자의 고용률에 대단히 불리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인상률뿐 아니라 최저임금과 구조적으로 연결된 주휴수당 문제도 이번 기회에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휴수당은 1주를 개근한 근로자가 주말에 쉬어도 받는 하루 치 일당이다. 내년 1월1일 최저시급 8,350원이 되는 순간 주 40시간을 일한 최저임금 근로자 B씨는 1주에 33만4,000원과 8시간어치 주휴수당 6만6,800원을 모두 받는다. 총액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20원으로 이미 최저임금 1만원을 사실상 달성했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휴 근로시간을 소정 근로시간에 합치며 논란이 확산했다.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는지 검증할 때는 급여를 소정 근로시간으로 나눠 시급을 구하는데 여태까지 고용부는 주휴 시간을 소정 근로로 인정한 반면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고용부의 새 법령대로라면 B씨는 주당 40시간을 일하고 급여를 48시간어치 받아도 시급은 8,350원으로 확실히 인정될 수 있다.

경영계는 “1주에 한 번씩만 주휴수당을 주면 1년에 약 52일 치 일당을 공짜로 지급하는 것”이라며 주휴수당 폐지를 외치고 있다. 미국은 주휴수당을 각 기업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며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일요일 근로를 금지한 대신 토요일은 일하지 않으면 무급으로 처리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주휴수당의 입법 취지는 수당이 아니라 1주일에 하루 휴일을 보장하는 데 있다”며 “국가가 나서서 주휴수당을 강제하지 말고 노사가 자율로 결정해 여력이 있는 기업은 주휴수당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없애는 게 논란을 차단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끊임없이 불거진 문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지역과 업종별로 임금 지급여건이 다르다”며 차등화를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 간 차별을 만든다”고 반박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업종별 차등 적용은 수많은 업종에 맞는 적정 임금을 결정할 근거자료를 도출하기 힘들다”며 부정적이다. 다만 최근 기획재정부와 고용부에서는 지역별 차등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독립성 논란이 불거진 최저임금위 구성 방식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저임금위는 노사위원 각각 9명과 공익위원 9명으로 이뤄지는데 공익위원을 고용부 장관이 결정해 사실상 정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야당은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로 넘기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최저임금위 구성 방식의 개선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기대감이 한결 높아진 상태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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