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으로 연결된 모든 실생활 자체가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재난 수준이라 할 만하다. 응급 복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니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번 통신구 화재는 지난달 7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 이어 국가기간망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또다시 드러냈다. 화재가 난 통신구는 길이가 500m 미만이어서 연소방지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스프링클러 자체가 없었던 모양이다.
백업체계도 안 돼 있었다. 소규모라는 이유로 유사시 대응설비를 갖추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화재감지 센서가 없어 한동안 불이 난 것을 인지하기 못한 저유소 화재와 닮은꼴이다. 통신망은 전력·철도·도로·항만과 함께 중요한 국가기간망이다. 요즘처럼 고도화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통신망에 사소한 문제 하나라도 발생하면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번 통신구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신속한 복구와 피해 최소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와 KT가 가용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통신사만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화재방지시설 확충과 우회로 확보 등 통신시설 관리에 관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참에 국가기간망 전반의 사고 예방과 사후조치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