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것은 GM이 2009년 파산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배경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장기적 이익과 매출창출능력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동차 시장의 구조 재편기를 맞아 경기가 좋을 때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존립이 위태롭다는 절박감의 표현이다. 인력 감축도 주로 가솔린차 개발과 생산 분야에 집중하는 대신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두 배로 늘려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GM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건비는 치솟는 데 반해 생산성이 뒷걸음질치면서 산업 생태계마저 무너질 판국이다. 이런데도 생산물량을 조정하거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조정은 정부와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떠 노조 입김에 휘둘리는 자동차 공장을 지으라며 압박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한 채 눈앞의 이익에만 머무른다면 공멸의 길로 가고야 말 것이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구조 재편의 격랑에 휩싸여 있다. 국산 자동차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GM처럼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미래 자동차 개발에 뛰어드는 등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GM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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