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2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방문해 최근 ‘화염병 테러’를 당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공식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관 탄핵 움직임에 더해 화염병 테러 등 사법 불신을 증폭시키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 장관과 민 청장은 28일 오후1시50분께 대법원을 방문해 김 대법원장과 10여분간 면담을 갖고 전날 화염병 테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장관은 “법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저를 흔들고 우리 공동체가 쌓아온 가치와 제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문재인 정부는 법과 질서를 견고히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저희가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경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경찰이나 관계 기관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업무에 빈틈이 없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9시5분께 자신의 패소 판결에 앙심을 품은 남모(74)씨는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출근하는 김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했다. 차량 후미에 불이 붙었지만 청원경찰이 즉시 진화해 김 대법원장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다. 경찰은 남씨의 배후·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8일 강원 홍천 남씨 자택과 천막 농성장, 동서울터미널 내 물품보관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폰과 시너 용기, 소송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검토한 뒤 현존자동차방화, 특수공무방해 등의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르면 30일께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난 안 처장은 최근 사법부 권위에 도전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 테러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하며 “심판에 대한 존중이 무너지면 사회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처장은 또 “아무리 (사법부의) 병소를 많이 찾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수사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이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까지 구속 위기를 맞은 상황을 염두에 둔 작심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경환·오지현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