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2심 재판부는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주총 결의 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분할계획이 그대로 추진돼 한국GM이 분할되고 나면 추후 본안 판결에서 주총 결의 무효 판결이 나더라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상법 제530조에 따르면 분할 무효 판결에는 소급효(법적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 것)가 없어 분할을 전제로 회사와 제3자 사이에 새롭게 생긴 법률관계를 취소할 수 없다.
또 1심과 달리 2심은 법인 분리 결의가 주주들의 실질적인 권리관계에 변동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통주 85% 찬성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분할로 인해 90억원 상당의 자본이 한국GM에서 신설 법인으로 넘어가는 점, 자본규모에 변화가 생긴다면 주주 지분의 경제적 가치도 변화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배기열 수석부장판사는 “회사 설립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조직개편이나 회사의 자본에 아무런 변동이 없는 물적분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지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위에 해당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회사의 자본규모에 변동이 있고 주주권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인적분할은 그에 해당하지 않고 정관상 초다수 특별결의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관을 보면 회사의 흡수·신설합병·기타 회사의 조직개편 등을 결의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보통주의 85%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결국 법인 분리가 특별결의의 대상인 이상 보통주 85% 찬성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19일 한국GM은 임시주총을 열어 전체 발행주식 5억4,171만여주 중 84.7%에 해당하는 4억5,909만여주의 찬성으로 분할계획 승인 결의를 했다. 찬성표를 던진 보통주의 수는 3억4,477만여주로 전체 보통주 4억1,548만여주의 82.9%였다. 이는 85%에 미치지 못하므로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설령 주주들이 분할 전후로 가지게 되는 주식 소유 현황을 비교해 실질적 지분상황 변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도 이번 회사분할이 주주들의 지분 상황에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앞서 한국GM 측은 정관 중 ‘회사의 실질적인 지분상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합병이나 기타 유사 행위’는 보통주 85% 찬성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들어 특별결의의 예외 사유에 해당해 주총 결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상환하거나 병합하면서 지분율에 상응해 신설되는 분할회사의 주식을 받게 되므로 분할을 전후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게 되는 총 주식의 경제적 가치에 변동이 없다는 의미다. 1심 법원은 한국GM의 이 같은 주장을 인정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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