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전국의 원장과 설립자·학부모 1만5,000명을 이끌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가 공개된 후 유치원장들이 전국 단위 집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유총 회원들은 사립유치원 학부모 2명을 지지발언자로 내세우고 사립유치원 응원 영상을 상영하며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학부모들의 여론”이라는 메시지를 부단히 강조했다. 장석춘·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집회를 방문해 한유총을 격려할 예정이었으나 비판 여론을 의식해 불참했다.
이날 ‘사립유치원 학부모 대표’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학부모 양성호씨는 “정부가 감사를 시작하면 사립유치원들이 서류를 만드느라 힘을 다 빼고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며 “돈에 비해 교육이나 급식이 부실하면 학부모가 다 아는데 왜 그걸 굳이 감사를 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서울시 내 유치원에서 유치원운영위원을 맡은 유나경씨도 “사립유치원들이 위축되면 거기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도 손해를 본다”며 “교육부와 국회는 빠지고 학부모가 직접 지원금을 받아 아이 유치원을 직접 선택하게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교사·학부모·원장 10여명의 지지발언을 담은 10분짜리 동영상도 준비했다. 영상에 등장한 학부모들은 “우리가 해야 할 보육을 사립유치원이 해주고 있는데 너무 쉽게 비리라는 말을 쓴다”며 청중을 향해 울먹였고 교사들은 “마음 아파하는 원장님들을 보니 눈물이 다 났다”고 호소했다. 한유총 측은 학부모 서명을 받으라며 원장들에게 전단도 들려 보냈다. 각 지역 원장들이 서명을 받아오면 ‘학부모 여론’이라며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한유총은 치열하게 여론전을 펼치면서도 지원금 요구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이 원비를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올릴 수 없어서 힘들다”며 “사립유치원 교사 급여를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해주고 시설 사용료를 주면 경영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교육청이 주관해 식자재를 공급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학부모에게 지원금을 주고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을 별도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한편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용진 3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김정덕 활동가는 “지금 당사자 정치를 펼치고 있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이 왜 필요한지 답해야 한다”며 “계속 두면 그들의 횡포를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유총을 비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