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폭행 사건 대응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자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의 불법 점거 및 농성 행위를 노사 문제라며 수수방관해오다가 비난 여론이 커지자 ‘뒷북’ 조사에 나섰다. 이번 사건이 강성노조의 잇단 불법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불신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찰청은 유성기업 임원 폭행 사건의 의혹을 밝히기 위한 ‘특별 합동감사단’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29일 밝혔다. 합동감사단은 사건 발생 당시 112신고 처리 등 경찰의 현장 초동 대응의 적정성과 집단 민원현장 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유성기업 임원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이다. 경찰청은 김호승 정보화장비기획담당관(총경)을 단장으로 감사·생활안전·수사·경비·정보 등 13명이 참여한 특별 합동감사팀을 구성해 초동 조치에 문제점이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앞서 지난 22일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 본사에서는 노무 담당 임원이 대표이사실에 감금된 채 파업 중인 노조원 10여명에게 집단으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8분7초 분량의 녹음파일이 이날 공개됐는데 욕설과 집기 파손 소리, 임원 비명 소리 등이 내내 이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폭행시간은 최소 8분 이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성기업 노조가 밝힌 ‘1분간 폭행’이나 아산 경찰서장의 “폭행은 2~3분, 길게 잡아도 5분 정도였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경찰은 더욱이 사측의 112신고로 현장에 출동했지만 조합원들의 폭행 사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사측은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가해자들을 체포하지도 않았다며 아산경찰서에 항의 공문을 보내는 한편 경찰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에서도 장기간 이어져 왔다. 노조원들은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유성기업 서울사무소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여왔다. 노조의 점거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해지자 사측은 점거농성 한 달 만인 15일 서울사무소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직원들을 아산 본사로 전보 조치했다.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다. 관할 경찰서인 강남경찰서도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는 경찰이 합동감사단을 꾸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이날 폭행 사태에 대해 유감 입장을 밝히고 서울사무소에 대한 점거 농성을 해제했다.
이러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번 사건에 앞서 민주노총은 공공기관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집무실, 대검찰청사까지 점거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권력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유성기업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틀 사이 가해자를 엄벌하고 경찰의 공권력을 바로 세워달라는 청원이 60여개나 올라와 있다./최성욱·변재현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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