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라페스타의 밤은 언제나 떠들썩하다.
거리를 따라 도열한 술집 앞을 서성대는 주객들의 발걸음은 이맘때면 더욱 현란해진다. 불야성을 이룬 뒷골목 간판들 사이에는 더러 앙증맞은 카페가 어색하게 끼어있기 마련이다. 더치커피와 다크초콜릿 한 조각에 반해 가끔 찾게 되는 ‘스투간’도 그 중 하나다.
주인장의 취향 탓인지 1~2층 공간에는 늘 뉴에이지가 흐른다. 이루마와 유키 구라모토를 헷갈려하는 딱한 처지지만 ‘Return To Love’처럼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면 반가운 마음에 스피커 쪽을 쳐다보고는 한다.
나지막한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Return To Love’ 는 1998년 발매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케빈 컨의 세 번째 앨범 ‘Summer Daydreams‘ 에 실린 곡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송혜교 테마로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음악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일본식 다리(Japanese Bridge)’의 배경이 된 프랑스 북서부 지베르니의 모습을 담은 커버가 인상적인 이 음반에는 ‘Pastel Reflections’, ‘Dance of the Dragonfly’ 등 뉴에이지 팬들의 마음을 흔드는 수작들이 가득하다.
생후 18개월에 피아노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연주할 정도로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케빈 컨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테렌스 얄롭 리얼 뮤직 회장 때문이다.
1995년 크리스마스.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을 찾은 얄롭 회장은 캐럴을 연주하고 있는 낯선 피아니스트의 예사롭지 않은 실력에 흥분해 즉석에서 합작을 제안했다.
오랜 무명기간을 거친 케빈 컨이 뉴에이지 스타로 새롭게 탄생하는 운명적인 순간이다.
신상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던 그가 시각장애우 라는 사실은 국내음반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우연히 공개됐다.
한 가지 상실을 다른 한 가지를 꽃피운다. 사물을 제대로 보기 어려운 그는 시각보다 화려한 음악의 향연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박문홍기자 ppmmhh6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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