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시행을 앞둔 ‘강사법(고등교육법)’에 대비해 정부 및 대학 관계자들이 관련 예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간강사의 해고를 막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교육부 및 대학가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는 강사법과 관련해 550억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을 책정했다. 세부적으로 방학 중 강사 임금 450억원, 강의역량강화지원 사업 100억원 등이다. 국공립·사립대학 등이 적용 대상이다. 교육부는 지난 9월 600억원 예산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했고 이후 국회에서 550억원이 책정됐다. 이 안은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예산결산심의위원회의에 계류돼 있다.
앞서 강사법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내년 2학기부터 전국 대학에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을 앞두고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국립 대학에 한해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고 강사의 소청심사 청구권 보장을 위한 인력을 증원하는 데 5년간 총 3,609억 5,600만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연평균 721억 9,100만원 수준이다.
예산 규모와 관련해 교육부 측은 “내년 2학기부터 법이 적용되고 방학 기간 성적 처리, 강의 계획서 작성 등을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방학 4달에 한달치 임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가정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강사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대외협력처장은 “매년 등록금은 동결되고 기부가 활발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교육부의 지원 없이는 강사법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한양대는 사립대학 중 처음으로 교수성명을 발표해 “(시간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돈이 전체 사립대학 1년 예산의 0.01%에 불과하다”면서 “10년에 걸친 대학등록금 동결로 추가 재정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대학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예산’을 마련해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재정 지원에도 시간강사 채용에 소극적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해 1년간 채용할 경우 향후 법적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고려대의 경우 강사법 시행 후 추가로 들어갈 비용은 55억원 정도인데 고대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의 0.8%에 불과하다”면서 “비용적인 문제보다 해고, 파업 등 노무 리스크 때문에 시간강사 채용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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