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미 정상이 비핵화 달성 전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만큼 김 위원장이 답방을 한다 해도 북미 협상의 새로운 전기가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제재유지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남북 경협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난다 해도 새롭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남북 간의 이벤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양자회담장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를 위한 제재 유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직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차기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위한 또 다른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 정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윤 수석의 발표 내용에는 비핵화 달성 전까지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바람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재 완화’ 필요성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미국 내의 강력한 제재 유지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제재 완화라든지 경협이라든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결국 제재 유지에 관해서는 미국의 입장에 힘을 싣되,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카드는 살리면서 한미가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북미 간의 신뢰 관계를 복원시키는데 사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실무진들의 기싸움이 팽배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톱다운 방식의 갈등 해소만이 비핵화 협상을 추동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라고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톱다운 방식이라는게 정말 좋은 것 같다. 과거 방식과는 다르게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가진 판단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소신이 있다. 오히려 참모들을 이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력이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는 문 대통령 말도 전혀 빈말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미 정상 간의 타협을 통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겠다는 청와대의 속내가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행 티켓’의 최종 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비핵화 협상의 성과를 거둔 후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해야 남북경협 등 다양한 부분에서도 성과가 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신경전만 수개월 째 거듭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김 위원장이 다시 한번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도 충분히 남아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김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자기가 얘기한 것은 꼭 약속을 지켰다. 지금까지 자기 차원에서 말한 것들은 안 지킨 것은 없는 것 같다. 연내 서울 답방도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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