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왈 맹자 왈한다’라는 말이 있다. 구태의연한 말을 되풀이하여 지루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왜 공자, 맹자 등이 설파한 가르침을 3,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되새기고 있을까. 대학(大學)·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을 일컫는 동양사상의 고갱이를 합하여 사서(四書)라고 이름 붙인 사람은 중국의 주희(주자·朱憙, 1130~1200)다. 조선시대에 학문을 넘어 사상이자 이념이며 통치 철학이 되었던 성리학을 완성한 사람이기도 하다. 조선 500년의 사상적 이념이 되었던 성리학의 사유체계는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DNA 어디엔가 스며들어 전통으로 굳어버렸다. 지금도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세상을 보다 이롭게 하고자 뜻을 세우고 삶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사서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서를 한 권으로 엮은 한글 ‘사서(나무 발전소 펴냄)’가 나왔다. 기존의 여러 판본과 다른 점은 낱권으로 되어있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을 묶어냈다. 특히 주자가 사서의 독서법에서 제시한 대학→논어→맹자→중용의 순서로 배열했다. 책을 엮은 신창호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처음 읽는 ‘대학’은 민주사회의 훌륭한 시민으로서,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우리 사회의 어른으로 성장하려는 다짐과 공부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논어’는 사람을 사랑하는 인간의 열정이 녹아있다. 또 ‘맹자’에는 인간의 삶에서 올바름이 무엇인지 정의로운 행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마지막 ‘중용’에는 우주 자연의 질서를 본받아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써야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을 간략하게 입지(立志), 사랑(仁愛), 정의(正義), 화해(和解)의 네 차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사서를 공부하면서 주자학적 사유에 고착되거나 교조로 하는 사상적 편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 교수는 서문에서 “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통과 인습을 혼동하곤 하는데,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과거의 가치관만을 고집하면 현재의 삶을 생명력 넘치게 하는 전통이 될 수없다. 현재의 삶을 거역하는 고질병 같은 인습에 불과하다”면서 “현대 민주사회에서 전통이 지닌 힘을 고려한다면 사서는 역설적으로 민주시민 사회를 살아가는 광명정대한 거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만3000원/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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