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는 전통적으로 중동이 주력 시장이었지만 올해만큼은 연초부터 아시아 시장이 화두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산유국인 중동이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와 일부 국가가 정정불안을 겪으면서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 건설사들의 올해 아시아 지역 수주금액이 줄곧 지난해 수준을 상회하며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주력 국가는 싱가포르·베트남·인도 등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인 신남방정책의 범주에 속해 있으며 앞으로도 수주 확장성이 큰 국가군으로 꼽힌다. 대상국의 수주실적을 정책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간략히 분석해보면 2018년 11월 기준 수주는 총 202건, 115억달러로 94억달러에 그쳤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늘어났다.
신남방정책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정상회담 참가를 위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을 순방하면서 공식 천명한 정책이다. 아세안 10개국+인도와의 협력을 주변 4강국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우리 건설사들은 아세안 10개국에서 누계 기준 4,302건, 1,907억달러를 수주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알토란같은 협력대상국들이 포진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프라 개발 수요도 풍부하다. 슈퍼 엘리펀트인 인도 또한 연간 건설시장 규모가 5,000억달러를 웃돌아 중동의 건설시장 규모와 맞먹는 초거대 시장으로 이들 국가와의 인프라 협력은 신남방정책과 상호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은 경쟁국과 달리 현지 인력을 활용한 사람 중심의 현장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현지 인력은 현장교육을 통해 숙련공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으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평판도 듣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산학연이 연대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정책입안 공무원을 국내로 불러들여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유무상 원조를 포함한 자체 파이낸싱을 통해 도로·철도·공항·발전소 등 국가 기반시설을 성공적으로 완공해 개도국에 상생번영·평화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모두 신남방정책의 근간인 3P, 즉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에 부응한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우리 협회는 4월 인도의 도로교통부 장관을 초청해 한·인도 인프라 협력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9월에는 제1차 한·아세안 인프라 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합의된 12개 사업을 중심으로 아세안 국가와 인프라 협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벌써 3P 속의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수주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