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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조두순 트라우마’ 편…피해자 두 번 죽이는 주취감경

/사진=MBC




MBC ‘PD수첩’이 일명 ‘주취감경’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하는 강력 범죄의 일면을 살펴보는 ‘조두순 트라우마’를 방송한다.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조두순은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후 출소를 2년 앞두고 있다. 조두순의 출소소식에 여론은 들끓었다. 지난해 12월 61만 명의 동의를 얻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일 년 만에 같은 내용의 청원이 21만의 동의를 받아 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일명 ‘조두순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조두순은 조사 시점부터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했고 1심 판결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12년을 선고 받았다. 이에 불복하여 조두순이 직접 작성한 항소 이유서에도 술에 만취된 상태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과 17범이었던 조두순은 과거에도 두 차례 만취상태임을 주장했는데, 1996년 상해치사 사건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을 감경 받았다. 조두순의 심신미약 주장에는 술에 관대한 법이 있었다.

10월 4일 새벽, 거제도의 선착장 주차장에서 2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30분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목격자는 피의자 박 모 씨 몸에서 술 냄새는 났지만 만취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의자의 말을 받아들여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공판을 앞두고 법원에 술로 인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면서 또 동시에 수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술을 마셨다고 할 경우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형벌을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직접 반성문을 대필해준다는 행정사무소를 찾아 반성문 작성을 의뢰했다. 약 5만 원을 지불하고 받은 반성문은 용서를 구하는 대상이 피해자가 아닌 수사기관, 법원이었다. 제작진이 방문한 업체들에서 어떤 내용으로 몇 차례의 반성문을 써야 하는지부터 조사를 받는 요령까지 들을 수 있었다. “술에 만취되었다고 해라”, “적게 먹었어도 많이 먹었다고 해라”, “술을 조금만 먹어도 취한다” 등 여전히 술을 마셨다는 주장으로 감경 받으려는 ’꼼수‘가 만연했다. 범죄자를 꼬드기는 업체들과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 법조계의 문제를 면밀하게 짚어본다.

11월 28일, 심신미약 감형의무조항을 삭제하는 ‘김성수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는 법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어도 무조건 감경하지 못하고 판사의 판단에 따라 감경의 여부가 결정된다.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지 10년, 과거 주취 상태를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건을 면밀히 되짚어보고 주취 범죄로 악용되고 있는 법 조항을 집중 분석한 ‘PD수첩’은 오늘(4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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