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다시함께상담센터를 비롯한 전국 8개의 청소년 성매매 문제 해결 관련 단체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성구매 ‘대상 청소년’을 ‘피해 청소년’과 구분하고 있는 아청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행법이 성매매 청소년을 ‘성매매 행위를 권유·유인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청소년’과 ‘성을 사는 행위의 상대방이 된 자’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성을 매매했다고 사법 당국이 자의적으로 분류해 피해 청소년이 보호의 대상이 아닌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만 13세 아동이 가출한 뒤 성인 남성에 의해 모텔에 유인돼 성적으로 착취당하고서도 아청법에 의해 피해자가 아닌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된 일명 ‘하은이 사건’이 대표적 예시로 거론됐다.
김혜진 십대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 성착취에 대해서는 동의나 합의가 무의미하다”며 “당사국들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청소년 개인의 일탈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숙란 변호사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대상 청소년으로 구분할 경우 이들은 현행법의 취지와 달리 구제 및 지원절차에서도 배제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청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현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이 2년 넘게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