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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산 자율주행차가 왜 미국으로 가야 하나

국산 자율주행차의 대표주자인 ‘스누버’가 한국에서 사업을 접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택배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승우 서울대 교수팀이 10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상용화를 목표로 토르드라이브라는 스타트업까지 차렸지만 숱한 난관에 부딪혀 미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국산 자율차 1호를 해외로 내몬 것은 척박한 투자여건과 겹겹이 쌓인 규제였다. 서 교수팀은 서울 도심에서 3년간 6만㎞ 이상의 무사고 주행기록을 쌓았지만 외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카풀이나 우버 같은 신규 서비스가 불가능한 한국 실정에서 마땅한 수익모델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해외 투자가들의 우려 때문이다. 국내 벤처캐피털 역시 실적부터 만들어오라며 문전박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자율주행차가 거리로 나서려면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손해배상보장법 등 기존 법규를 넘어야 했다. 이런 규제환경에서 국내 도로사정에 최적화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는 목표 달성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누버의 사례는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진 우리의 참담한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각국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지만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남들이 다 하는 승차공유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5년째 공회전 중이며 데이터 산업도 개인정보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선진국과의 격차만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을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 나가고 현대자동차와 SK가 공유차 사업을 위해 동남아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누버는 그나마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주저앉은 스타트업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서 교수는 “우리도 제도를 개선하고 생태계를 갖춰 신나게 사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진정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면 신성장 산업의 앞길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제부터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언제까지 소중한 기업들을 나라 밖으로 내몰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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