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A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 마르세유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80세 여성이 숨졌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 여성은 덧문을 내리던 중 얼굴에 최루탄을 맞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수술 도중 사망했다. 이로써 지난달 17일 노란 조끼 시위가 개시된 후 관련 사망자는 4명으로 늘게 됐다. 부상자 중 상태가 위중한 사람도 있어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른 직종과 계층의 시민들이 시위에 가담하면서 노란 조끼 시위는 전면적인 반(反)정부 시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파리에서는 사설 앰뷸런스 운전사들이 시위에 나타났다. 십수대의 앰뷸런스를 몰고 온 그들은 콩코르드 광장과 국회 인근 도로를 점거한 채 처우 개선과 의료 개혁을 요구했다. 심지어 중학생들까지 이번 시위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마크롱 정부의 교육과 시험 개혁 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노란 조끼 시위를 지지하며 나섰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BBC는 보도했다.
시위가 3주 가까이 계속되면서 경제적 타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반 상점, 호텔, 음식점 등 소비업종의 피해가 크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AFP에 “(노란 조끼 시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심각하며 이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상공인들을 만난 르메르 장관은 일반 소매점의 매출이 20∼40% 급감했고 음식점과 호텔 역시 수익이 각각 20∼50%, 15∼2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지난 1일에 벌어진 대규모 폭력 시위로 300만∼400만유로(약 38억∼50억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노란 조끼 시위가 전면적인 국가 소요 사태로 번지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4일로 예정됐던 정부와 시위대 간의 협상은 시위대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번 협상에 응하려던 일부 시위대는 강경파 시위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적들은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은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은 “마크롱 대통령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상과 최저 임금 동결 등의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5일로 예정된 세르비아 방문을 연기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3일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현 시국과 관련해 세르비아 방문 연기를 요청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부치치 대통령의 좌석을 공식 석상 밖에 배치하는 실수를 범해 이를 봉합하고자 이틀 간 세르비아를 방문하기로 했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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