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를 주머니 속 공깃돌로 여기는 대통령의 태도에, 민주당이 공깃돌이 되는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파행의 책임은 명명백백 대통령과 여당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허락’하지 않아서인지 입법 논의를 내년으로 늦추자며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무시했고 민주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오늘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조차 거부했다”며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의 몽니에 편승해 또다시 독선으로 국정운영을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소위가 파행되면서 청년 고용·사회 안전망 관련 법안 처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기관이 해마다 정원 3% 이상을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의무제 유효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여당이 요구하는 실업급여 지급기간과 금액을 상향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처리도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화살을 돌렸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소위에서 청년고용촉진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탄력근로제 처리를 요구하는 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는 현실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며 협치는 정치권만이 아닌 사회구성원 다수를 위한 것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을 공감한다면 한국당은 더 이상 사회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새벽 안상수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여야 교섭단체 예결특위 간사 및 정책위의장 등만이 참여하는 소(小)소위원회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으로 책정한 총 470조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을 감액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오후부터는 3당 원내대표도 함께 소소위가 지난 3일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일자리 및 남북협력 등 쟁점 예산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원내대표 간 합의도 난항을 겪으면서 예산안 처리 시점은 현재까지도 ‘시계 제로’ 상태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4조원 세수결손 대책’,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선거구제 개편과 연계’ 등을 각각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정연·임지훈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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