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 4일 “경제활동을 자유화해서 민간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했다.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정부 경제 정책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혁신 성장’에 대해서도 “혁신을 정부 정책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변 고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미래성장경제정책포럼(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게임의 룰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유리하게 바꾼 나라 중 성공한 역사가 없다”며 “필요성과 관계없이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업이 이뤄낸 성과를 강제로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한 나라들은 모두 망했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무리한 정규직 전환, 협력이익공유제 추진 등 문재인 정부의 반(反) 시장경제 정책을 겨냥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작심한 듯 아쉬운 점을 열거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는 “각 기업의 생산성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시됐다”고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의 모델이 된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론’은 생산성 범위 내에서 임금을 올리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생산성과는 전혀 별개로 얼마 이상을 줘야 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혁신을 정부 정책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정부는 그런 능력도 없고 비전도 준비가 안 됐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을 자유화해서 민간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변 고문의 주장이다. 민간 역량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최근 유럽상공회의소가 한국을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라고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몇 가지 규제만 완화한다고 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에서 필요로 하면 정부와 국가가 바로바로 (규제 완화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정 지출도 ‘보편적 복지’가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집중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복지프로그램이 마련돼야 상대적 격차를 줄이고, 계획 없이 돈만 쓰는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변 고문은 “정부가 할 일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어려운 개개인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돈(지원)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 지출을 지금과 같이 효과 없이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변 고문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손꼽히는 ‘경제 브레인’이다. 국장 시절 외환은행 매각을 소신 있게 밀어붙였다가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되면서 변 고문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일컫는 ‘변양호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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