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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돌아온 '퀸의 왕국'

보고 또 봐도 생각나는 무대…왜 퀸이여만 하는가

'보헤미안 랩소디'세대 불문 마음 사로잡아…앨범 판매량 급증

흥겨움의 민족인 한국인 취향 저격

‘퀸’과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 연합뉴스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 인기와 같은 사람이 두 번 이상 관람하는 N차 관람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해 국내 개봉 음악 영화 1위로 올라섰다. 세대를 불문하고 퀸 음악 ‘체험담’은 SNS 타임라인에서 쉽게 접한다. ‘퀸망진창’(퀸과 엉망진창의 합성어), ‘퀸알못’(퀸을 알지 못하는 사람) 등 인터넷 신조어도 생겨났다. 더욱 값진 대목은 2000년대 들어 만성 침체기이던 팝 시장에도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각종 음원차트에는 퀸 노래가 진입했고, 이들의 음반도 다시 팔려나갔다. 지상파 방송까지 신드롬에 가세해 ‘방구석 1열’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MBC가 지난 2일, 퀸이 출연한 1985년 7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내보내자 재방송 요청이 빗발쳤다.

‘보헤미안 랩소디’ 600만 돌파 / 연합뉴스


◇ ‘퀸알못’도 금사빠로 만드는…퀸이 이룬 세대 통합. ·

신해철은 생전 자신의 라디오 퀸특집에서 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다 알고 있진 않은 것 같은 밴드”라고. 지금의 40·50세대에는 LP와 카세트테이프를 뜯으며 ‘손맛’까지 새록한 추억의 밴드이고, 퀸을 모르던 20·30세대에게 이들의 노래는 축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와 광고에 삽입돼 친숙하다.

그러나 정작 퀸의 전기와 음악 역량, 인종과 성 정체성 면에서 소수자던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젊은 날 퀸 ‘덕후’(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줄임말로, 광팬이란 뜻)에겐 잊혔거나 지금 세대엔 신선한 지점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압축해 풀어낸 명쾌한 내러티브에 러닝타임 134분은 순식간에 흐른다.

퀸 신드롬은 스크린에서 온라인 입소문으로, 다시 방송·음반·공연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팝 불모지인 음원차트에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역주행으로 팝차트 1위에 올라섰고, 음반도 기존과 견줘 10배가 팔려나갔다.

퀸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영화 OST가 알라딘과 예스24 등에서 2만장 넘게 팔렸다”며 “또 OST 음반과 팝콘 등을 결합한 콤보 세트도 CGV와 메가박스 등 극장마다 완판 행진이다. 석장 CD를 묶은 ‘그레이티스트 히츠’ 등 예전 앨범들도 한 달에 100장 정도 팔렸다면, 지난달에만 2천장 넘게 판매됐다. 퀸 공식 티셔츠도 재생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헤미안 랩소디’는 20~30대부터 중장년 관람객까지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CGV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관람객은 10월 31일부터 12월 3일까지 20대가 32.5%, 30대가 25.9%, 40대가 24.4%, 50대가 13.6%로 나타났다. 재관람률은 이 기간 ‘톱 10’ 평균인 3.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1%에 달했다.

팍팍한 삶이 버겁고 ‘아웃사이더’라고 느끼는 이들에겐 ‘위 윌 록 유’나 ‘위 아 더 챔피언스’ 같은 진취적인 곡들이 응원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는 대형 레코드사 EMI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으면서 무명 밴드 퀸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린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죠.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 우린 그들의 밴드입니다.”

퀸 트리뷰트 밴드 ‘영부인밴드’ 공연 모습 / 연합뉴스


◇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퀸의 재발견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한 재발견은 퀸의 변주하는 무경계 음악, 개성있는 코스튬을 장착한 프레디 머큐리의 퍼포머로서의 강렬한 에너지다. 물론 영화 도입부처럼 퀸은 출발이 미비했다. 1970년 무명 밴드 스마일로 활동하던 천체물리학 전공인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치의대생 로저 테일러(드럼)는 보컬 팀 스타펠이 나가자 프레디 머큐리를 영입한다. 밴드는 프레디 머큐리 제안으로 이름을 퀸으로 바꾸고 전자공학도 존 디콘(베이스)이 합류해 4인조로 꾸리게 된다. 남자 넷인 밴드 이름이 킹이 아닌, 퀸이라니…. 신해철은 과거 라디오에서 “퀸은 3집 ‘킬러 퀸’이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얻었다”며 “앞서 두 장의 앨범은 공격적이고 실험적이고 아트록 분위기를 띠어 재미있다”고 평했다. 영화 속에서 멤버들은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와 경계를 넘나든다. BBC의 립싱크 요청에 반기를 들고, 장르와 곡 길이 등 상업적인 코드에 맞추자는 음반사 으름장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렇게 태어난 메가 히트곡이 아카펠라와 오페라, 하드록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6분짜리 광시곡 ‘보헤미안 랩소디’다. 이 곡은 국내에서 1989년까지 금지곡이었다. ‘마마 저스트 킬드 어 맨’(Mama just killed a man) 등 살인을 묘사한 가사 탓.

록밴드 시나위 신대철은 SNS에 “중학교 때 처음 들어봤지만 지금 들어도 전율이 인다”며 “음악적 구성은 가히 혁명적이다. 아카펠라로 시작해 발라드와 하드록, 심지어 오페라까지 등장하는 천재적 구성, 정교한 연주와 보컬 화음은 흠잡을 데 없이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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