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승차공유·핀테크·헬스케어 등 국내 인터넷 산업 분야의 35개 과제를 핵심 규제 개선 안건으로 선정했다. 이 중에는 ‘폐자동차의 온라인 거래 및 알선 허용’도 포함돼 있다. 폐차 고객과 폐차 업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의도겠지만 폐차를 이용한 불법 행태들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자 역시 폐차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규제 개선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정확한 병의 진단과 섬세한 처방이 이뤄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 규제 개선 역시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있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폐차를 하는 차주 입장에서도 불법 수수료 지급, 브로커 도주시 부담해야 하는 과태료 폭탄 등 처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폐차는 반드시 ‘자동차 해체 재활용업’으로 등록한 정식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폐차된 차량은 총 88만3,865대에 이른다. 하루 평균 2,421대가 폐차됐으며 차량 등록 대수의 증가와 함께 폐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에 비례해 허가받지 않은 불법 브로커들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등록되지 않은 자가 폐차를 수집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도 불법 브로커들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폐차 비용 편취 및 폐차를 이용한 불법 행위를 빈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폐차의 온라인 거래 허용’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불법 브로커들의 난립은 불 보듯 뻔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수수료 등의 경제적 손실도 우려된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자원순환법 개정으로 높아진 폐차 처리 비용, 고철값 폭락으로 인한 수익 감소 등 삼중고로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는 폐자동차 업계의 붕괴는 물론 그들이 고용한 1만명의 근로자들의 생존권도 위협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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