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은 지난달 5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민주당의 태도가 돌변한 상태다. 그렇다고 경사노위가 제대로 가동되는 것도 아니다. 탄력근로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선임 절차에 들어갔으나 노동계와 공익위원 선임을 두고 대립하면서 제도개선위원회 출범조차 난항을 겪고 있다. 탄력근로제 법안의 연내 통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된 데는 여야정 합의마저 저버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절실한 산업현장을 외면한 청와대·여당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연내 처리를 고대했던 산업현장은 무산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특히 연간 단위로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정보기술(IT) 업종이나 조선·건설처럼 업무량을 예측하기 힘든 업종은 걱정이 태산인 모양이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일부터 정부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7월부터 10월까지 근로기준법 위반기업에 대한 고발이 60여건에 달할 정도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계도기간인데도 이 정도니 내년부터는 고소·고발이 급증할 게 뻔하다. 이런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연내 처리가 최선이다. 그게 힘들다면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이 날 때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게 순리다. 시간이 별로 없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줄일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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