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에서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수익률)가 11년 만에 역전됐다.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앞으로의 경기후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국채 3년물과 5년물 금리 차는 장중 -0.014%포인트까지 떨어져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후 2년물과 5년물의 금리 차도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이날 2년물 금리는 2.8211%로 전 거래일보다 0.0346%포인트, 3년물은 2.8274%로 0.277%포인트 오른 반면 5년물은 2.8175%로 상승폭이 0.005%포인트에 그쳤다.
통상 채권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높지만 단기적 경제전망이 악화하면 단기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다. 이 때문에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돼왔다. 실제 1955년 이후 미국은 총 9차례 경기침체를 맞았는데 매번 6개월~2년 앞서 2년물·10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장단기 금리 비교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도 지난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당시 0.34%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이날 0.15%포인트 아래까지 떨어져 2007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통합금리전략 부문 책임자는 “3년물·5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2년물·10년물 역시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1년 만에 벌어진 금리역전 현상이 경기침체의 전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과한 해석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이날 단기물 금리 상승은 미중 무역전쟁 우려 완화로 투자자금이 채권보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몰린 영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이 내년 이후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5년물 금리를 끌어내렸다는 풀이도 있다.
존 아이버그 QS인베스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3년물·5년물 금리가 역전했다고 해서 단기간에 자산군의 전반적인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2년물·10년물, 10년물·30년물(수익률 곡선)이 더 평평해지거나 역전돼야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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