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지만 원 지사의 발언은 병원 개원 승인에 무게가 실린다. 주민공론조사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종전 입장에 비하면 전향적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제주도가 이미 준공허가까지 받은 병원 개원을 불허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복지부가 2015년 중국 뤼디(녹지)그룹의 국제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한 것이나 뤼디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8월 병원 건물을 완공한 것 역시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의사와 간호사 등 100여명의 채용도 마쳤다. 이런 상황에서 개설 불허 결정을 내리면 1,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에 휩싸일 뿐 아니라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애초 제주도가 일부 시민단체 등의 억지 주장에 흔들려 공론조사를 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린 포퓰리즘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녹지병원이 들어서면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진다는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각의 주장은 억측이다. 영리병원 자격요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외국인투자비율이 50%를 넘어야 하고 개설지역도 제주를 비롯해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만 허용할 뿐이다. 공공의료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한 것도 아니다.
이 정도의 규제 완화와 개방조차 없이는 의료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 전반의 선진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 지사는 의료 한류를 확산하는 최일선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뚝심 있게 대처하기 바란다. 3년 전 사업계획을 승인한 복지부도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에 찬물을 끼얹는 이율배반의 행태를 보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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