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이요? 너무 만족스러워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이토록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데뷔 10주년을 코앞에 둔 김재경의 대답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2009년 22살의 나이에 걸그룹 레인보우로 데뷔해 배우 김재경이 되기까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10년이라는 시간에 김재경은 새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을 느꼈다.
“연습생 때 매니저분들이나 선생님들이 ‘이 바닥 10년 버티면 쭉 버티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벌써 10년이 돼 가고 7명의 멤버 모두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린 평생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 (웃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한 해 한 해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레인보우의 리더로 그를 기억하지만, 김재경은 데뷔 초부터 연기 활동을 병행해왔고 2016년 나무엑터스에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 인정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라이프 온 마스’부터 ‘배드파파’까지 올해만 두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회사를 옮긴 후 연기에 제대로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1년 반 동안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만 했다. 3년까지는 아무것도 못 해도 버텨보자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나에게 매력이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가 ‘라이프 온 마스’에 처음으로 합격했다. 오디션장에서 ‘넌 잘 되겠다’던 감독님의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 ‘배드파파’ 감독님께서도 ‘네 덕분에 힘을 얻었다’고 말씀해주셨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싶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힘들었던 시간에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강한 ‘멘탈’이었다. 연습생부터 가수 활동까지 수년의 시간에서 얻은 경험은 물론,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신감이 김재경을 단단하게 지탱해줬다.
“원래 자존감과 자기애가 높은 편이다. 내가 연습생 생활만 4년을 했는데 이걸 못 할까 싶었다. 공백기 동안 여행도 다니고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이 시기가 나중에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게 총알을 장전해 놓을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넘어지고 후회하고 고치는 과정을 지나면서 나라는 사람의 중심이 더 단단하게 잡혀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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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김재경의 옆에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옆을 지키고 있는 멤버들이 있었다. 현재는 각자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김재경을 비롯한 멤버들은 여전히 만남을 이어오며 가족 이상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멤버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먼저 떠오르고 늘 달려와 줄 수 있는 존재다. 항상 목표했던 걸 이루기만 한 것도 아니고 함께 좌절하고 도전했던 사이여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그 친구들을 뺀다면 할 얘기가 없다. 그 정도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못 뜨는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늘 이렇다 할 성적을 보이지 못했던 레인보우는 2016년 DSP미디어와 계약을 해지하고 팀 활동을 중단했다. 형식상으로는 해체의 수순을 밟았고 대중은 레인보우를 아쉬움으로 기억했지만 김재경은 레인보우로 활동한 시간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았다.
“어떤 분들은 ‘아이돌 말고 연기로 시작하지’라는 말을 하기도 하신다. 하지만 레인보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우리는 늘 레인보우다. 지금도 길 가다가 무지개 색깔의 스티커를 보면 반드시 사야된다. 각자의 색깔에 애착이 생겨서 파란색 물건을 사면 괜히 미안해진다. 우리의 활동에 계약이라는 프레임이 만료됐을 뿐, 그렇다고 레인보우가 사라진 건 아니다. 우리는 한 번도 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레인보우 김재경과 배우 김재경. 10년 동안 김재경은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왔다. 이제 새로운 10년을 만들어 갈 그의 바람은 소박했다.
“앞으로의 10년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 끊임없이 재미를 찾고 느끼며 설레고 싶다. 여기서 10년이 더해진 김재경은 알아보는 사람도 더 많아지고, 그래서 그 영향력을 더 좋은 곳에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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