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향해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맞게 노동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규제 혁파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과 협력이익공유제는 “경계해야 할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연구모임 ‘열린토론 미래(김무성·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주관)’에 참석해 ‘대한민국은 어디로(No free lunch)’라는 주제로 비공개 강연을 했다. 윤 전 장관은 강연 직후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노동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교육개혁 등 전반을 이야기했다”며 “노동개혁은 정말 중요하다. 고용안정 문제와 함께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는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여당의 태도 변화로 암초에 걸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서도 “당초 합의한 대로 (연내 입법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한국당 복수 의원들에 따르면 윤 전 정관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 수정을 주장했다. 그는 거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언급하며 “귀족화·정치화됐다”고 꼬집고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이 지났지만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노조 행태는 변한 게 없다”며 시급한 노동개혁을 주장했다. 한 참석 의원은 “윤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혁에 임하는 의지와 전략이 없다’고 작심하고 비판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정책의 방향이 불투명해졌다’고도 평가했다”고 전했다. 반기업 정서와 정부의 친노조 정책으로 투자 의욕을 상실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면서 투자와 일자리의 해외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지적이다. 그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과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을 언급하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오는 2019년 과제 중 하나로 ‘포퓰리즘 경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 협력이익공유제, 원전 축소 등을 꼽았다. 특히 ‘교훈으로 삼아야 할 외국 패망 사례’로 포퓰리즘으로 무너진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공공 부문의 비대화로 위기를 맞은 그리스를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대에 날을 세웠다.
한국당에 대한 날카로운 조언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야당이 우선 부딪치고 소리를 내야 울림이 있고, 공감이 퍼져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며 “국민의 공감을 살 대안을 제시하라는 의미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 관료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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