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맞춰 400여 개의 지구단위계획을 일괄적으로 재정비키로 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조례로 용적률 등을 완화해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조례가 아닌 지구단위 개발 계획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시가화 면적 중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6.4%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주거지역으로 인기가 높은 역세권과 준주거지역이다.
◇ 400여 지구단위계획 일괄 재정비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상업지역 주거 비율을 최대 80%까지 상향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을 시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수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조례 개정과 더불어 지구단위계획 일괄 수정에 직접 나서는 이유는 이렇다.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특정 지역을 묶어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지구단위계획은 상위법인 국토계획법에 따라 이뤄진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건폐율이나 용적률 등은 조례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구단위 계획의 경우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해당 지역을 개발할 때는 지구단위계획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놓이기 때문에, 조례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지구단위계획이 수정되지 않으면 혜택을 입을 수 없는 셈이다. 물론 현재도 민원이나 구청의 의지로 지구단위계획 수정을 추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 의견 제출 후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재 서울시에서 개발이 가능한 주요 지역은 사실상 대부분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에는 총 416여 개의 지구단위계획이 있으며 면적으로는 95.5㎦로 전체의 약 15.8%에 달한다. 시가화 면적만 따진다면 전체의 26.4% 수준이다. 강남구 수서 역세권, 대치동 구마을, 마포구 상암DMC, 마포구 신촌로터리 일대, 서초 양재역 일대, 용산구 한강로 및 이촌·서빙고동 일대 등 핵심지역들이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 지구단위계획 안 바뀌면 조례도 무용지물 = 한 디벨로퍼는 “서울시가 조례 개정에 맞춰 일괄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해야 도심 주택 공급 방안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조례 따로 지구단위계획 따로인 상황에서는 어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현재 입법예고 중인 서울시 개정 조례 안에 대해 이 같은 우려가 적지 않다. 입법예고 안에 대한 의견수렴 17건 가운데 11건이 조례 개정을 반영한 지구단위계획의 수정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8일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심 상업지역의 주거복합 건물에서 적용되던 주거 외 용도 비율을 현행 ‘20~30%’에서 ‘20% 이상(주거용 비율 상한 80%)’으로 낮춘다. 또 주거용 공간의 용적률은 현행 400%에서 600%로 높인다. 도심뿐 아니라 서울 전 지역의 준주거지역에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현행 용적률 400%가 아니라 500%가 적용된다. 이 경우 증가한 용적률의 50%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남은 변수는 모든 지구단위계획에 조례에서 완화한 ‘최대치’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이 부분은 미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지구단위별 상황에 맞춰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할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집값 안정 방안으로 도심 내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거 비율이 기존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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