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했다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5단독 정진아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4시께 울산지방경찰청 112상황실에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가 지나는 차마다 거수경례하고 통과시키는 등 교통을 방해한다’, ‘개를 차 유리에 던지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도착한 그곳에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인근 기업체 경비원이 남자가 사라진 쪽을 알려줬다. 경비원이 알려준 방향으로 향한 경찰관들은 A씨와 마주쳤다. A씨는 경찰관들을 보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관 B씨는 A씨를 추적해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러자 A씨는 B씨를 넘어뜨린 뒤 올라타 얼굴을 땅으로 미는 등 폭행했다. 슬리퍼를 던져 B씨 몸을 맞추기도 했다. A씨는 이내 제압돼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112 신고처리와 현행범 체포에 관한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범죄 실행행위를 종료한 직후의 범인이라는 점이 명백한 경우 현행범인으로 규정된다”면서 “경찰관들이 교통방해와 동물학대 등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혐의자는 없었고, 교통방해나 동물학대 행위도 종료된 상태였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개를 끌고 나타난 사람에 불과하고, 설령 신고된 혐의자라 할지라도 현행범으로 볼 수 없으므로 경찰관이 옷을 붙잡은 행위는 현행범 체포행위의 일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고 내용과 비슷하게 개를 데리고 있었으므로 경찰관들이 불심검문 대상자로 삼은 것은 적법하다”면서도 “불심검문은 언어적 설득에 기초하는 것이 원칙으로, 옷자락을 붙잡은 것은 유형력 행사에 해당해 불심검문 방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며 긴박성 측면에서도 옷을 붙잡을 정도로 검문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별개로 재판부는 A씨가 지난해 11월 충남 천안에서 약 15분 동안 경찰관의 음주측정을 3차례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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