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내년 이후 글로벌 경제의 명운이 걸린 90일간의 무역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은 ‘관세맨(Tariff Man)’이라면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 시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투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과 ‘진짜 합의(REAL DEAL)’을 하거나 아니면 아무런 합의도 하지 않을 것(no deal)”이라며 중국과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우리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중대한 관세(major Tariffs)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 오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라며 중국 등 교역 상대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만족할 만한 무역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조건부 휴전’을 끝내고 계획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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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휴전’ 합의 후 잠시 안도했던 시장은 미국의 강공이 재개되면서 미중 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휩싸였다.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라이트하이저가 중국과 ‘진짜 협상(real deal)’이 가능한지 알기 위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중국 상무부는 5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1일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합의 내용 실행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양측 경제무역대표단이 90일 안에 명확한 시간표와 로드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협상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은 무역전쟁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와 관련 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는 등 처벌 조치를 내놓는 등 약속 이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자동차 관세나 미 농산물 수입 등에 대해 중국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과 관련해 과한 승리감을 과시하는 발언을 일삼자 중국 관료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에 모든 양보를 얻어낸 것처럼 공개적으로 의기양양하게 떠드는 미 정부의 행동으로 중국 측이 의아해하고 짜증이 난 상태”라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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