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한 ‘라보엠’은 푸치니의 오페라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동시에 뛰어난 예술성까지 겸비한 작품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마지막 라인업인 ‘라보엠’의 지휘를 맡은 성시연(42·사진)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개한 뒤 “올 연말 이 작품을 선택하는 관객들은 심장을 강타할 만큼 격정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6~9일 오페라 ‘라보엠’ 공연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성시연은 올해 ‘라보엠’에서 관객들이 특히 주목할 만한 요소로 캐스팅을 꼽았다. “오페라라는 예술 장르의 ‘사운드’는 오케스트라가 담당하지만 무대 위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작품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건 성악가의 몫이잖아요. 워낙 많은 작품을 함께 한 이리나 룽구와 정호윤은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챌 정도로 호흡이 좋아요. 또 서선영과 이원종은 처음으로 연기를 같이 하는 건데 목소리의 색깔이나 감정 표현 같은 ‘케미스트리(화학 작용)’가 예상외로 훌륭하더라고요. ‘A 캐스트’와 ‘B 캐스트’가 각각 무대에 오르는 공연을 모두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입니다.(웃음)”
성시연 상임지휘자가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선택한 ‘라보엠’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작품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한 가난한 연인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2012년 초연한 이후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등은 수많은 오페라 팬들을 매혹한 아리아로 유명하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7년 말까지 경기필을 이끈 성시연은 부임 당시 국내 국공립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상임지휘자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경기필을 떠난 뒤 음악가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 올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며 객원 지휘자로 활동한 성시연은 지난 2016년 ‘카르멘’ 이후 2년 만에 오페라 공연을 위한 지휘봉을 잡았다.
성시연은 이번 공연에서 연주를 담당하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대한 찬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경기필처럼 무수히 많은 공연을 함께한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편안함도 있지만, 코리안심포니처럼 낯설고 새로운 팀과 상대를 알아가면서 하나씩 조율해가는 것도 굉장히 신선한 재미가 있다”며 “코리안심포니는 오페라 반주를 특히 많이 해온 악단이라 그런지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참 깊고 진지하더라”고 칭찬했다.
만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전권을 갖고 오케스트라를 조련하면서 뛰어난 기획력과 통솔력으로 이 악단의 역량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성시연.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묻자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15년 간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정명훈을 제외하면 상임 지휘자나 예술단장 등의 직함을 갖고 유럽의 유명 악단을 이끈 한국인의 사례는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명훈·정경화·윤이상·진은숙 같은 훌륭한 선배님들 덕분에 세계인들이 한국 사람의 음악적 재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됐듯 저 역시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후배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한국의 예술을 외국에 알리는 ‘문화 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유럽 무대에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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