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을 드라마 폐인으로 만들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와 21세 여자가 서로를 통해 치유 받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했다. 무엇보다 가수 아이유가 연기한 여주인공 ‘이지안’의 거칠고 힘겨운 불행이 너무 안타까웠다. 불행을 겪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안은 거동을 못하는 할머니를 부양하면서 낮에는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고 밤에도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사채빚을 갚는다. 여기서 드라마의 감상을 걷어내 보자. 우선 부모의 빚은 자식에게 상속되지만 법원에 상속포기나 한정상속을 신청하면 상속되지 않는다. 이지안은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청할 기회를 놓치고 밤늦게 찾아온 사채업자의 독촉과 폭력에 시달린다. 채권자가 폭력을 행사한 것은 물론 오후9시 이후에 채무자의 집에 방문하는 것도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중증장애가 있는 할머니는 무료로 장기요양병원에 모실 수 있는데 이지안은 법이 있어도 알지 못해서 당하고 제도가 있어도 알지 못해서 이용하지 못한다. 천만다행으로 남주인공 이선균이 연기한 ‘나의 아저씨’ 박동훈 부장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희망을 찾아간다.
우리 사회에 이지안이 얼마나 많을까. 신용평가기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청년 3명 중 1명은 채무를 1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채무 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하며 잠재부실률도 6%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타 연령층에 비해 높다. 이들에게 필요한 해법이 있다. 먼저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야 한다. 통합지원센터에서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지원, 과중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나 취업지원까지 연계한 종합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고 있다면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대학생이나 미취업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대학생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미취업청년은 최장 4년 동안 채무상환이 유예되기 때문에 채무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 유예기간이 끝난 채무원금은 형편에 맞게 장기 분할상환하면 된다. 채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바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채무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즘은 대학교 등록금이 비싸고 생활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서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학업을 마치는 학생이 드물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금융을 이용해야 한다면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금융교육은 경제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합리적으로 금융을 이용하는 습관을 기르게 함으로써 채무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하루속히 대학생과 청년층에게 금융교육이 확산돼야 한다. 대학이 금융교육 전문기관과 협력해 온라인 강의 콘텐츠를 만들고 학점인정 교양과목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허덕이고 있다. 빚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방문해야 한다. 드라마 속 나의 아저씨는 아니지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청년들을 위한 키다리 아저씨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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