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는 20세기 초반에 주로 유럽에서 등장한 것으로 국가의 세입 증대보다 부를 공평하게 분배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1911년 소득세와 합산하는 방식으로 부유세를 처음 도입한 스웨덴은 보험과 연금은 제외하되 임금·자본소득의 2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과세 대상 재산에 상한선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자 2004년 상속세를 폐지한 데 이어 2008년에는 부유세를 아예 없앴다. 독일은 ‘절세 이주’를 견디지 못해 부유세를 폐지했고 핀란드도 사회민주당 집권 시절에 부유세를 접어야만 했다.
2012년 프랑스에서는 유럽 최고의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의 벨기에 귀화 소식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어야 했다. 그가 사회당 정부의 부유세를 모면하려고 국적까지 바꾸려고 한다는 관측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민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세금 폭탄을 피해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아예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결국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는 세수 증대 효과가 미미한 데 반해 기업과 부유층의 ‘세금 망명’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2년 만에 부유세를 폐지해야 했다.
프랑스 정부가 ‘노란 조끼’의 시위에 직면해 연료세 인상을 철회한 데 이어 부유세 부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거운 세금 때문에 해외로 탈출한 기업들을 유인하겠다며 부자 감세를 추진한 데 따른 역풍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세제개혁을 진행하느라 국민 모두를 증세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개혁의 성과가 나오기 전에 프랑스의 경기 상황이 나빠졌다는 사실은 집권세력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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