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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영장기각 이후]사법농단 '연결고리' 잃은 검찰...수사 급제동

'방탄 법원' 암초 만나 계획 차질

檢 "하급자 구속됐는데..." 반발

윗선 연루 정황 새 단서 찾기

영장 재청구 등 모든 방식 검토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등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수사를 발판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방탄 법원’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수사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50명 이상의 검사를 투입하고도 ‘윗선’ 가운데 신병을 확보한 이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 명뿐이라 그동안의 수사가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검찰은 7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상급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며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 규명을 막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새벽 임민성·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의 관여 정도, 공모관계의 성립 또는 공모 여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구속된 임 전 차장과 두 전직 대법관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필요한 모든 수사 방식을 동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영장이 발부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확보한 자료 범위를 넘어서는 새로운 단서가 나와야 기존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영장 기각으로 ‘임종헌→박병대·고영한→양승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마저 무너진 터라 양 전 대법원장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도 어렵게 됐다. 그만큼 검찰이 기존 수사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기각 사유에서 임 전 차장과 두 전직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까지 공모관계로 엮여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며 “검찰은 이달 중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사법농단 수사를 연내에 끝낸다는 계획이었으나 영장 기각으로 현실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신병 확보 이후 양 전 대법원장까지 빠르게 수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양승태 사법부를 겨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재판거래를 제시한 쪽으로 잠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단서를 포착해 영장을 재청구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대상을 바꿔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이나 통합진보당 재판부 배당 개입 등 수사 과정에서 이미 전 정권 윗선들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새로운 단서를 찾으려고 할 수 있다”며 “영장 재청구를 준비하는 동시에 재판거래의 반대쪽에 해당하는 이들의 수사를 이어가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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