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군함이 5일 러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포함한 섬에 새로운 레이더 기지를 설치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6일(현지시간) 정보 소식통의 말을 빌어 러시아군이 쿠릴열도를 포함한 섬들에 레이더 기지를 새로 설치했다고 보도했다고 NHK가 7일 전했다. NHK는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 실시를 발표하자 러시아 언론이 즉각 레이더 기지 배치사실을 보도한 것은 러시아가 이 지역을 군사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레이더 기지가 설치된 섬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NHK는 러시아가 재작년 에토로후(捉島. 러시아명 이투룹)와 구나시리(後島. 러시아명 쿠나시르)섬에 신형 지대함 미사일을 각각 배치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해석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레이더 기지 신규 설치로 육해공에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레이첼 맥마 미 태평양함대 대변인은 하루전인 5일 “(유도탄 장착 구축함) 맥캠벨이 (러시아 극동지역) 표트르대제만(灣) 인근을 항해했다”며 “러시아의 과도한 영유권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미국과 다른 나라가 누려온 해당 수역의 권리와 자유, 법적 활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축함 맥캠벨이 작전을 전개한 표트르대제만은 북한의 최북단 국경 지역과 가까운 곳이다.
미국의 발표가 나온 직후 러시아 언론이 정보 소식통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즉각 레이더 기지 배치사실을 보도한 것은 러시아가 이 지역을 군사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양국이 평화조약을 체결한 후 러시아가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2개섬을 일본에 반환하기로 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을 토대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북방영토 문제와 관련, 소·일 공동선언에 근거해 2개 섬을 반환받더라도 미-일 안보조약에 근거해 이곳에 미군 기지를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향후 영토관련 협상에서 러시아가 군비를 강화하고 있는 구나시리와 에토로후 대해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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