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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직장부터 비행기까지…세계는 지금 '열空'중

■대한민국은 명상중

명상하는 미국인 수 5년새 3배↑

동양보다 서구서 더 일상에 밀착

구글·인텔 등 사내 프로그램 도입

학교서도 '정신 힐링' 활동 활발

濠 버진그룹 항공사는 명상 비행





지난 10월11일 오전(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전세기 한 대가 이륙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소속의 이 항공기에는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포함한 65명의 특별 승객들이 탑승해 있었다. 고도 3만피트 상공을 통과하자 승무원들은 따뜻한 수건과 함께 승객들에게 수면안대와 헤드폰을 착용시켰다. 눈을 가린 채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음악과 음성에 따라 승객 전원은 약 한 시간가량의 명상을 시작했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와 호주의 비영리 단체이자 명상 프로그램 개발업체 ‘스마일링 마인드’가 함께 진행한 이 행사는 세계 최초의 명상 비행으로 기록됐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담당자는 “10명 중 1명은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많은 승객이 비행 자체를 두려워한다”며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감정을 편안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기내 서비스에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디 우튼 스마일링 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2분간의 명상으로도 심장 박동 수를 늦추고 비행 중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며 “비행 중 명상은 비행공포증을 관리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명상이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저변으로 파고들고 있다. 동양 문물에 심취한 일부 서구인들 사이의 유행으로 여겨지던 명상이 이제는 명상의 근원지인 동양에서보다 서구에서 더 일상에 밀착하며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명상은 이제 서구의 일반 가정부터 학교와 직장,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미 경제매체인 CNBC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를 인용해 명상을 하는 미국인 수가 지난 2012년 4.1%에서 2017년 14.2%로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요가와 척추 지압(chiropractic) 등 미국의 주요 보완의학(complementary health) 중 증가율 속도가 가장 빨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히스패닉계나 흑인보다는 백인들이 명상과 친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5~64세 사이의 중·장년층 성인이 주로 명상을 이용한다.

CDC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고 있는 성인들 사이에서 명상을 도와주는 앱과 명상이 육체와 정신에 주는 긍정적 효과를 입증한 수많은 연구결과, 또 이를 보도한 언론 기사 등을 통해 명상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구글이나 인텔·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명상 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회사 안에 명상실을 설치하거나 사내 교육과정에 명상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등 직원 복지 차원에서 명상을 도입해 왔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공동사무실에 명상실을 만드는 등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명상이 하나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심지어 명상을 하는 아이들도 크게 늘어나는 등 명상 이용자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012년 조사에서 명상을 하는 어린이(4~7세) 비율은 0.6%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5.4%로 크게 증가했다. 포브스는 “명상이 우울증 해소와 창의력 제고는 물론 아이들의 뇌와 행동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학교에서 명상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심리학협회에 따르면 청소년 중 4분의1 이상이 학교와 가정생활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미 국립보건원은 어린이가 요가와 명상 활동을 할 경우 사회적·정서적 능력뿐 아니라 학업 성적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내 학교들은 명상이나 요가 등 정신적 활동이 활발한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명상 앱인 캄(Calm)의 경우 2016년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대상으로 한 ‘캄 스쿨’을 론칭한 지 2년 만에 140개국에서 5만4,000여명의 교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헤드스페이스도 미국 15개주에서 300여곳의 학교와 직접 연계해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는 교내 총격 사건 이후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 안정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한 곳도 있다. 시카고에 있는 한 공립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복도에서의 과도한 소음이 91% 감소했고 싸움이나 괴롭힘 등의 행동도 72% 줄어들었다. 영국 의회에서는 공공교육의 정규 과정에 명상을 포함 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명상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면서 해외에서는 명상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마켓데이터 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미국 명상산업 규모가 12억달러에 이르고 오는 2022년에는 2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 글로벌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는 기업가치가 2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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