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두 전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한 법원에 정면돌파하는 모양새다. 곧 시작되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이들의 공모 혐의가 구체적으로 규명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기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내부 논의 끝에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고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영장을 재청구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에 의문이 있다’며 이들의 영장을 기각한 만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배당조작 의혹 등에 두 전 대법관이 어떻게 가담했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혐의점도 추가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수사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의혹 연루자 중 유일하게 구속된 임 전 차장의 재판 과정에서 공모 혐의가 규명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관련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함께 일했던 상관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법원 역시 영장기각으로 ‘꼬리 자르기’ 하려는 모습을 본 임 전 차장이 태도를 바꿔 재판에서 윗선 개입 여부에 입을 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임 전 차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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