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를 빌려 운영하는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1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는 등의 묵시적 갱신 의사 표현이 있었다면 임차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건물주가 임차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제주시에 있는 2층 건물에 6평짜리 점포를 얻어 떡볶이 가게를 운영했다. 가게를 열면서 권리금 1,150만원, 떡볶이 사업 기술 전수금 500만원, 가게 인테리어비용 700만원 등 총 2,500만원이 초기 자금이 들었다.
그러나 개업 후 1년 3개월이 지난 2016년 12월께 A씨는 건물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임차한 건물이 노후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으므로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투입된 비용이 커서 1년 만에 장사를 접을 수 없었던 A씨가 영업을 이어가자, 건물주는 명도소송(소유자 외의 사람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건물주는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A씨가 갱신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설령 요구했다 해도 건물 재건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게를 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임차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A씨가 묵시적으로는 임대차계약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큰돈을 지출했고 건물주에게 다음 해 1년 치 임대료 전액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춰 묵시적 갱신 의사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2심도 건물주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 소송을 도운 법률구조공단 제주지부의 양성순 공익법무관은 “상가임차권 계약 이후 갱신 거절 통지나 갱신 요구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며 “갱신 요구 통지를 내용증명 우편 등의 형식으로 임대인에게 전달하면 소송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