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부수고 백래시(backlash·반발·반동) 박살 내자’
‘다수결로 소수자를 짓밟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그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
연세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의 총여학생회(총여)·여성주의 모임 소속 학생들이 9일 “대학 내 총여학생회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연합집회를 열었다.
연세대 제29대 총여학생회, 성균관대 학생 모임 ‘성평등 어디로 가나’, 동국대 제31대 총여학생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여성주의 모임 등에서도 참여했다.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강추위 탓인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심리, 즉 ‘백래시’로 각 대학의 총여학생회의 입지가 좁아지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입을 보였다.
이들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올해 모두 존폐 위기를 맞았다”며 “학내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기구는 ‘민주주의’ 그 자체로 표방되는 다수에 의해 존폐가 결정됐고, 결과가 민주주의의 승리로 인식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학생회의 비민주적 언행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채 그저 다수의 결정이 곧 민주주의라는 철학 아래 모든 사안이 결정됐다”며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는 올해 페미니즘의 진보와 혐오 세력의 반동 가운데서 인간의 안전과 평등, 존엄성을 위해 싸웠다”며 “남성사회의 경계 안으로 우리의 노력을 편입시키지 않을 것이다. 다수결로 소수자를 짓밟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민주주의를 거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평등한 사회로 이끈 것은 항상 다수 밖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세상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인지하고 바꾸는 것은 기꺼이 다수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다. 총여학생회의 투쟁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은 억압과 폭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얻었다”며 “이에 대응해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퇴행을 주장하는 혐오 세력 또한 거세졌다. 여전히 대학 내 차별이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 발언이 쓰인 대자보를 낭독한 뒤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여성 혐오 부수고 백래시 박살 내자’, ‘혐오가 판치는 학교가 학교냐’, ‘총여 폐지 총투표는 민주주의 퇴보다’ 등의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전날 연세대에서 총여학생 폐지의 백래시와 민주주의가 다수주의로 해석되는 현상 등을 진단하는 포럼을 열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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