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전에서 메달을 따 기쁘다. 매년 발전하고 싶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차준환(17·휘문고)은 ‘개척자’라는 부담스러운 수식어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피겨왕자’ 차준환은 8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남자싱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준환은 지난 7일 쇼트프로그램(89.07점)을 4위로 마친데 이어 8일 프리스케이팅(174.42점)과 총점(263.49점)에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네이선 천(미국), 우노 쇼마(일본)와 함께 시상대에 섰다. 올림픽·세계선수권에 버금가는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싱글에서 한국선수가 메달을 딴 것은 물론 출전 자체도 최초다. 시니어 무대 2년 차에 이룬 위업이었다. 남녀를 통틀어서도 2009-2010년 ‘피겨퀸’ 김연아의 마지막 메달 이후 9년 만이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첫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실수해서 화가 났지만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집중하려 했다”면서 “첫 파이널 도전에서 동메달을 따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개척자’라는 입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17세 소년은 “부담은 있지만 그 부담을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로 만들려고 한다. 올해는 다치지 않는 게 목표이고 매년 발전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역배우로도 활동하다 초등학교 때 피겨에 입문한 차준환은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시절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모두 뛰었다.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과시한 것은 2015-2016시즌부터. 2015년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대회 오텀 클래식에서 남자싱글 주니어부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12월 전국 랭킹 대회에서 국내 남자싱글 역대 최고점(220.40점)을 찍었다. 2016년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역대 주니어 남자싱글 최고점(239.47점)을 세우며 우승한 그는 7차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으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선수 첫 메달(3위)을 수확했다. 시니어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엔 발목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극적으로 2018평창올림픽에 남자싱글 최연소로 출전권을 거머쥐어 15위라는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남겼다.
한편 9일 끝난 대회 여자싱글에서는 일본의 기히라 리카(16)가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동갑내기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선수가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싱글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2013년 아사다 마오(28) 이후 5년 만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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